흥국생명 콜옵션 사건의 간단한 이력
2017년 : 5억 달러 신종자본증권 발행
2022년 9월 7일 : 조기상환 자금 확보 위한 신종자본증권 발행 결정
2022년 10월 31일 : 발행 여건이 어려워 콜옵션 행사 불가능 판단
2022년 11월 1일 : 조기상환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공시함.
2022년 11월 9일 : 다시 상환하겠다고 하며 입장 번복함.
우선 이런 영구채를 발행하게 된 배경을 좀 설명드리자면, 예전에는 은행들만 해외에서 영구채를 발행을 해왔고 보험사들의 경우에는 국내 채권시장에서만 영구채를 발행해왔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보험사들이 국내 자본시장에서의 자본 확보가 부족할 수밖에 없어서 금융당국에게 은행처럼 해외에서 영구채 발행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을 하게 되어 지금까지 영구채를 발행해 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해외에서 빌린 첫 번째 영구채도 공교롭게도 흥국생명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발행하는 영구채에 대한 인식은 5년 뒤 조기 상환한다는 게 관행이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보험사들이 해외에서 영구채를 발행하기 이전에 은행들이 해외에서 영구채 발행하고 있었는데, 은행들은 항상 5년 후에는 착실하게 콜 옵션 행사해서 돌려줘 왔기 때문입니다. 원래 영구채라는 건 만기가 없기 때문에 영구채라고 불리며 콜옵션이 걸려있긴 하지만 콜옵션 행사일에 무조건 조기 상환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외국 같은 경우는 콜옵션 행사를 하지 않아도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한국에서는 5년 시점에서의 콜옵션 행사는 업계의 암묵적인 독특한 관행이었습니다.
참고로 영구채는 만기가 없기 때문에 금리가 상당히 높습니다. 아시다시피 원래 만기가 길면 길수록 금리가 높은 편이기도 하고요. 한국 금융기관이 신뢰가 좋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발행을 한다고 해도 살 사람이 없어서 보험사들이 영구채를 발행하면은 보통 은행들처럼 5년 뒤 조기 상환하겠다고 약속을 한다고 합니다. 다만 5년 뒤 조기 상환한다는 암묵적인 약속 때문에 영구채이긴 하지만 5년 물로 인식이 되어 실제 해외 은행들이 조달하는 금리에 비해 훨씬 저렴한 금리로 조달한다고 합니다.
흥국생명 콜옵션 행사 거부 전말
우선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흥국생명의 콜옵션 행사 거부 사건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흥국생명은 당시 신종자본증권, 즉 영구채를 발행하게 됩니다. 그리고 2017년 발행한 영구채가 이제 2022년 11월이 되면서 콜옵션을 행사해야 하는 일정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흥국생명은 11월에는 이 영구채를 갚고 다시 영구채를 발행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9월 7일 조기상환 자금 마련을 위한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하겠다고 결정을 하고, 싱가포르에 가서 IR을 통해서 7%대의 금리를 주면 영구채를 팔 수 있겠다는 결과도 얻었고, 콜 옵션을 행사하겠다는 공시까지 하게 됩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레고랜드 사건의 영향도 있기도 했고, 또 다른 대외 상황들로 인하여 외환 채권시장에서 한국물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는 상황이었습니다. 한국물에 대한 채권시장이 안 그래도 좋지 않은데, 조기상환은 아직 하지 못했고, 그래서 해외에서는 콜옵션 행사 안 할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있어서, 흥국생명 가격이 조금씩 하락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흥국생명이 콜옵션을 조기 상환하겠다는 공시를 하니 다시 한국물 가격이 다시 올라가게 됩니다.
그런데 10월 중순 이후가 되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려고 했더니 생각보다 수요가 부족한 겁니다. 정확한 금리를 알 수는 없으나 언론에서는 금리를 12%까지도 올렸는데도 발행이 안된다는 보도까지 있었고요. 그렇게 10월 31일에 흥국생명에서는 금리를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전혀 없기 때문에 콜옵션 행사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그다음 날인 11월 1일에는 조기상환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번복 공시하게 됩니다. 이 사건 때문에 금융시장이 또 한바탕 난리가 났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조금 뒤에서 이야기를 할 건데 결국 갚았습니다.
결론적으로 갚기 전까지, 콜옵션 행사 거부를 한 것에 대해서 흥국생명이 어쩔 수 없었다고 하는 주장이 두 가지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첫 번째는 자본증권을 상환할 때는 지급여력비율(RBC)이라고 하는 증권사들이 지켜야 될 자본비율이 있는데 이게 150% 밑으로 떨어지게 되면 금감원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흥국생명이 이 2017년에 발행한 자본증권을 상환하게 되면 RBC비율이 150% 밑으로 떨어지게 되기 때문에 갚을 수가 없었다는 겁니다. 두 번째는 자본증권을 차환 발행할 때도 금리가 높거나 비싸게 발행을 하게 되면 금감원장의 승인을 받아야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흥국생명은 금리를 더 높여서라도 수요를 충족시키고 싶더라도 금리를 마냥 높일 수가 없는 게 금융감독원에서도 이거에 대해서 승인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주장을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실상 선택할 수 있는 게 조기상환을 미루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콜옵션 행사 거부에 대한 흥국생명 입장
사실 흥국생명의 입장에서는 콜옵션 행사를 하지 않으면 금리가 스텝업이 되어서 7% 정도만 주면 되는데, 굳이 조기상환을 하고 새로운 자본증권을 높은 금리로, 그것도 12%로 발행한다고 해도 수요도 없는 것을 발행을 했을 때 주주들이 배임이라고 말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얘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결국 결론적으로 이 돈을 갚았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더 해보겠습니다. 흥국생명이 이번 콜옵션 행사를 통해서 갚아야 할 돈이 5600억 정도였다고 합니다. 언론상에서는 환율 때문에 7000억까지도 얘기를 했지만, 환헷지를 해놔서 환율 문제는 고려 안 해도 된다고 하네요. 일반적으로 기업은 자본을 현금으로만 들고 있지 않고, 자산 형태로 갖고 있습니다. 자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땅이나 건물 등등이 있겠죠. 아무튼 그래서 그 자본을 당장 현금화하는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5600억을 갚기 위하여 우선은 4000~5000억 정도는 환매 조건부 채권이라는 단기물을 찍어서 그걸 은행에 팔고, 그걸 팔아서 은행에서 받은 돈으로 일단 문제의 영구채를 갚고, 그다음에 흥국생명이 가진 자산을 매각을 하든지 해서 현금화한 후, 그걸 은행에 다시 갚는 것입니다. 나머지 금액 부족한 1000억 정도는 보험사 대출을 받아서 갚는다고 하네요.
하지만 현금으로 갚던, 자산을 매각을 해서 그 돈으로 갚든 간에 기업의 자본비율이 떨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아까 위에서 자본증권을 상환할 때는 RBC 비율이 150% 밑으로 떨어지게 되면 금감원장의 승인이 있어야 된다고 말씀드렸었습니다. 그래서 이 자본비율을 떨어뜨리는 걸 막기 위해서, 유상증자 계획을 세웁니다. 흥국생명은 태광그룹의 금융 쪽 계열사입니다. 그리고 이 태광그룹의 총수가 이호진 회장이며, 이호진 태광그룹 총수는 흥국생명의 지분을 56% 들고 있는 최대주주입니다. 그리고 친인척이나 태광그룹의 계열사들이 나머지를 또 갖고 있다고 하네요. 일단 자산을 매각하여 돈을 갚았을 때 일시적으로 자본비율이 떨어지게 되면 태광그룹 내에서 유상증자를 통해서 자본비율을 150% 이상으로 올리겠다는 계획입니다. 그러면 진작에 이런 식의 계획대로 했으면 문제가 없었을 것을 왜 번복을 하면서 논란이 되게 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흥국생명 콜옵션 거부 사건에 대한 추정 이유
여기서부터는 추정인데요, 먼저 금융감독원의 입장에서는 금융감독원은 새로운 자본증권을 발행을 해도 금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거나, 수요가 부족하다거나, 콜옵션 행사 시에 RBC가 150% 이하로 떨어지는 흥국생명의 상황을 미리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고, 아마 흥국생명 측과 상세하게 이 상황에 대해서 협의를 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어제 발표한 것처럼 돈을 먼저 갚고, RBC 비율이 일시적으로 떨어지는 건 잠깐 눈을 감아줄 테니 그룹 내에서 유상증자를 해서 RBC 비율을 150% 이상으로 채워라는 방안을 제시했을 가능성이 클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게 태광그룹 입장에서는 위에서 말한 금융감독원의 제안이 쉽지 않습니다. 우선 보유자산을 팔아야 되는데 이것도 단기간에 팔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콜옵션 행사 일정 내에 보유자산 매각으로 인한 현금 확보를 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유상증자를 한다고 하면 이호진 태광그룹 총수의 지분인 56% 만큼, 5600억 원의 56%인 거의 3천억 원을 이호진 총수의 개인 돈으로 집어넣어야 합니다. 그래서 사실상 이런 유상증자는 힘들다고 봐야 할 것 같고, 그러면 3자 배정을 해야 하는데 요즘 같은 시기에 이것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태광그룹은 금융감독원이 제시했을 것으로 예상하는 방법은 가장 마지막에 선택해야 하는 방법이었을 거고요.
이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흥국생명이 콜옵션 행사를 포기하기 전 금융당국에서는 이미 그렇게 할 것이라는 것을 인지를 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면 흥국생명이 콜옵션 행사를 포기를 하면 외화 채권시장에서 한국물의 가격이 하락할 것이고, 그다음 시나리오는 어떻게 될지 금융당국에서는 분명히 생각을 했을 텐데 왜 그랬을까요? 그 이유에 대해서 생각을 했을 때, 첫 번째는 채권시장은 폭락할 가능성이 크고 채권금리는 올라갈 수밖에 없긴 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외화채권 발행 계획이 올해 말까지는 거의 없었기 때문에 기업들이 해외에서 자금조달에 대해서 큰 영향이 없겠다고 판단을 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요.
두 번째는 그 시기가 시진핑이 3 연임을 하면서 아시아 채권시장이 거의 셧다운 상태였기 때문에 외화채권시장에서의 한국물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판단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해외에서도 금융기관들이 콜옵션 행사를 포기하는 경우가 꽤 있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흥국생명이 콜옵션 행사를 포기하겠다는 공시를 낸 다음날인 11월 2일에 호주 금융당국에서 보험사들에게 원래 발행했던 것보다 높은 금리로 발행하거나 교체해서는 안된다고 행정지도를 보냈다고 합니다. 결국 콜옵션 행사하지 말고 스텝업 금리가 더 싸면 그렇게 하라는 행정 내용이라는 거죠. 이런 게 가능한 이유가 한국에서는 해외에 발행한 영구채라는 게 사실은 5년째에는 콜옵션 행사를 통해서 조기상환을 해야 하는 어떻게 보면 영구채이지만 5년 물이라는 암묵적인 관행이 있는데 호주는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이번 포스팅은 언더스탠딩 : 흥국생명은 왜 갑자기 마음을 바꿨을까 편을 참조하여 작성한 글입니다.
'뉴스 읽어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국의 실업률로 분석한 향후 금리인상 방향 (0) | 2022.12.10 |
---|---|
중국 제로 코로나 정책 고수 이유와 현재 상황 (0) | 2022.11.30 |
식량위기가 대두되는 원인과 배경 - 자유무역시대의 종말 (0) | 2022.11.07 |
파운드화 급락 유발한 영국의 감세정책에 대한 분석 (0) | 2022.11.03 |
미국 11월 FOMC 결과, 4연속 자이언트 스텝(0.75%인상) (0) | 2022.11.0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