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의 지급불이행으로 PF ABCP 시장 경색으로 번진 이유

이전 포스팅에서 레고랜드의 사건의 전말과 정부의 유동성 공급에 대해서 알아봤는데요, 이번에는 도대체 왜 강원도의 지급 불이행 선언이 이렇게 크게 이슈가 되는지에 대해서 상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강원도가 강원중도개발공사(GJC)를 법원에 회생신청을 하는 기자회견을 했는데요, 그거 자체로만 보면 큰 문제는 아니겠다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 날이 레고랜드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한 PF ABCP의 만기날이었던 겁니다.

PF, 신용이란?

PF라는 것 자체가 실물을 담보로 한 대출이 아니라 프로젝트 자체의 사업성을 보는 일종의 신용상품이며, 이 신용시장이라는 건 상호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구성되어 있고 유지, 성장하게 됩니다. 근데 그 신뢰가 깨지는 건 아주 큰 이벤트 때문에 깨지는 게 아니라 진짜 작은 의심부터 시작됩니다. 예를 들어 세명이 서로 돈을 빌렸는데 우리 셋 중에 누군가가 한 명만 의심하면 서로 돈거래는 되지 않습니다. 그게 바로 신용시장입니다.

이 전부터 여러 가지 이유로 사람들의 마음 한구석에 불안이라는 게 있었는데 이번 사태를 통해서 의심이 자리 잡게 되었던 겁니다. 그게 9월 말 경이었고, PF ABCP에 대해서 전반적인 의심이 시작되면서 거래가 위축되었고, 거래가 되지 않으니 금리가 폭등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까지가 9월 29일의 다음 주 10월 첫째 주까지의 이야기입니다. 사실 여기서 끝났으면 정부에서 유동성 정책을 꺼낸다던가 이렇게 까지 오진 않았을 겁니다.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단기자금시장경색 및 일반 CP시장으로 까지 자금경색이 일어나는 과정

PF시장에 경색이 온 이유 2가지

이제 이 PF ABCP 시장이 이렇게 까지 위축이 된 이유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CP시장은 연말이 가면 갈수록 약간 위축됩니다. 먼저 하나만 말씀을 드리면 단기 시장은 어떤 시장이냐면 은행이나 기업들이 유동성이 많아지면 어디에 투자를 하냐면 언제 돈을 빼야 할지 모르니깐 단기 시장에 투자를 하게 됩니다. 만기 기한이 짧은 사채, 즉 보통 3개월, 6개월, 1년 미만의 CP에 투자를 하죠. 근데 생각해보면 연말에 돈이 많이 필요하잖아요. 추석과 설날 같은 명절에도 돈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때마다 항상 단기로 투자한 CP 들은 나갑니다. 그리고 바로 분기가 시작하면 들어오고 이런 흐름들이 항상 반복되다 보니까 결국은 연말에는 항상 단기 시장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20년도부터 PF ABCP 잔액이 많이 늘었습니다. 우리가 이제 CP 시장하면 여러 개로 나눌 수가 있어요. 아래의 그래프는 한국의 CP시장을 3가지로 나눠놓은 건데요, 이 시장이 한 320조 정도 됩니다. CP, 전단채 시장이 생각보다 굉장히 크죠?

대한민국 CP,전단채 시장 규모

일반 우리 기업들이 단기로 뽑아내는 시장 그게 지금 보시는 회색이고요 그리고 잘 아시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투자하신 분들 중에 이제 정기예금 담보로 ABCP를 발행하는 게 있습니다. 그게 AB라는 황금색 라인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오늘 이야기 나눌 PF가 빨간색입니다. 근데 축이 반대편 보조축입니다. 일반과 AB는 왼쪽 축이고요, 사실 빨간색인 PF의 규모는 최근 조금 줄어들어서 36조 정도로 제일 작습니다. 일반 CP 시장의 경우에는 한 130조에서 140조 정도 됩니다.

빨간색 그래프의 흐름을 한번 보시면, 20년부터 PF ABCP는 급격하게 자금 규모가 커졌습니다. 물론 절대적인 시장의 크기에는 상관없이요. 결국은 지금의 위험도를 따져봤을 때 급격하게 늘어난 것이 사실이므로, 흐름상 PF ABCP의 부담이 지난 1년 반 동안 훨씬 더 커졌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PF ABCP 부실 사태가 온 이유 정리

결국 PF ABCP 시장이 위축된 이유에 대해서 정리를 하자면, 시기적으로 연말이 다가와서 CP를 발행도 줄고, 발행을 하더라도 살 투자자들이 별로 없는데, 지난 2년동안 급격히 상승한 PF ABCP 규모가 커진 상황에서 레고랜드 사태가 4분기 바로 직전에 터진 겁니다.

만약에 PF ABCP 시장까지만 영향을 미쳤으면 이렇게 크게 일이 벌어지진 않았을 텐데, 이게 200조 규모의 다른 CP 시장으로 확대되기 시작했던 겁니다. 왜 작은 규모의 PF ABCP 시장이 200조 규모의 CP시장으로 까지 확대되었는지는 다음 포스팅에서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