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세자 빈 살만이 방한을 하면서 우리나라 재계 총수가 총출동하는 장면이 인터넷 기사와 뉴스를 장식했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중동 부자 하면 만수르가 생각나실 텐데요, 빈 살만은 이 만수르보다도 재산이 많고 그 규모가 2400조 수준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빈 살만 앞에 우리나라 재계 총수들이 공손이 앉아 있는 모습이 전파되면서 여러 가지 짤로도 돌아다녔었는데요, 왜 빈 살만이 우리나라를 방한해서 업무 협약을 하고 돌아갔을까요? 바로 네옴 시티 프로젝트 때문입니다.
네옴 시티란?
네옴 시티란, 사우디아라비아의 빈 살만 왕세자가 2016년에 발표한 사우디 비전 2030이라는 프로젝트 중 하나입니다. 이 비전 2030이라는 프로젝트는 12개의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중 하나가 스마트 시티 관련한 네옴 시티 사업이며,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도시를 만드는 사업이며, 이 도시의 이름은 더 라인입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이 네옴 시티 프로젝트를 위하여 아람코 지분을 5%까지 상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합니다.(현재는 1.5% 상장 진행, 약 300억 달러 수준)
이 네옴 시티의 예산 규모 670조 원이며, 뉴욕시의 33배 크기라고 하는데요, 폭 200m에 높이 500m 정도고, 길이는 자그마치 170km 정도 된다고 합니다. 높이가 500m 정도인데, 우리나라 제2 롯데월드의 높이가 555m 인걸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높이라는 걸 알 수가 있는데, 그것을 170km 길이로 쭉 짓는다고 합니다. 실로 미친 계획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그걸 사우디 빈 살만 왕세자는 하겠다고 계획한 겁니다. 초기 예산규모는 670조 원 규모인데, 다 완성하려면 1400조 원까지도 예산이 든다고 보는 시점도 있습니다.
이 빈 살만 왕세자가 사우디 비전 2030 프로젝트 중에서 이렇게 말도 안 되는 네옴 시티 프로젝트를 계획하게 된 것에는 이유가 좀 있다고 하는데요, 그것을 설명하기 위해서 세계경제를 이끌고 있는 달러와 석유의 관계에 대해서 잠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세계 경제를 이끌어가는 달러와 석유의 역사
1944년 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국의 승리가 눈앞에 보이게 되면서 뉴햄프셔의 브레튼우즈의 마운트 워싱턴이라는 호텔에서 전후 세계 통화체제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에 대해서 국제 통화회의를 갖게 됩니다. 당시 연합국 44개국의 대표 730명이 모여서 회의를 했는데요, 그중 영국과 미국 대표가 낸 의견 두 가지로 압축이 되면서 갈리게 됩니다.
- 영국 대표 : 개인이 소유할 수 없는 국가 간 지급 결제 계정인 Bancor 시스템을 만들어서 국제 무역에서 사용 제안
- 미국 대표 : 영국은 미국에 막대한 부채가 있기 때문에 Bancor 시스템은 안된다. 달러를 국제 무역에서 사용 제안
결국 떠오르는 강자였던 미국의 의견이 받아들여지게 되고, 달러와 금을(1달러 = 35온즈 금) 바꿀 수 있는 금본위제가 시행되게 됩니다. 그리고 이때쯤 1946년 세계은행(Wolrd Bank)과 1947년 국제통화기금(IMF)이 발족하여 금본위제 시스템을 관리하도록 하게 됩니다. 결국 이 브레튼 우즈 회의는 그동안 세계 금융시장을 지배했던 영국이 몰락하고, 미국의 달러가 글로벌 기축통화로 자리매김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한 미국의 달러가 기축통화가 되면서 미국은 빚을 갚을 걱정이 없는 세계 최대의 채무국이 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미국은 기분 좋게 달러를 막 찍어내고 있었는데요, 그러던 와중에 1965년 프랑스 대통령 샤를 드골이 미국이 달러를 찍어낸 만큼 금을 갖고 있을까라는 의심을 하게 되면서 달러를 금으로 바꿀 것이라고 선언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서 스위스와 영국 등 각국의 나라에서 달러를 금으로 교환해달라고 하게 되는데요, 마침내 1971년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금본위제를 선언하게 되면서 달러와 금의 관계는 더 이상 유지하지 못하게 됩니다.
하지만 여기서 미국의 비장의 무기가 나오는데요 바로 1974년 사우디아라비아와의 밀약입니다. 이게 무슨 내용이냐면 석유 생산자들과 구매자들은 석유를 거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미국 달러로 결제한다는 내용인데요, 이것이 그 유명한 petro dollar system입니다. 이렇게 해서 세계 경제는 달러와 석유를 두 축으로 하는 페트로 달러 시스템으로 세계 경제는 돌아가게 됩니다. 결국 미국은 달러의 강력한 기축통화 위치를 차지하면서 금본위제에서 꿀을 빨다가, 타국에서 금본위제에 대한 근본적인 의심을 하게 되자, "달러 = 금" 공식 대신에 "달러 = 석유"라는 공식을 만들어 내게 되면서 지금까지 기축통화로서의 파워를 내게 된 것입니다.
사우디가 네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첫 번째 이유
그러다가 2012년에 미국에서 셰일 가스 혁명이 일어나게 됩니다. 이로 인해서 미국은 세계 최대의 석유 생산국가가 되고, 또 기후변화에 대한 심각성이 대두되면서 친환경 물결과 신재생 에너지의 필요성이 나오게 됩니다. 그리고 그에 맞게 기술의 발전도 급격히 일어나게 되면서 탈화석연료를 세계 각 국에서 부르짖기 시작하게 되는 것이죠.
여기서부터 중동의 나라에서는 다시 낙타를 타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중동의 나라에서 이 불안감에 대한 해결책으로 첫 번째 시행했던 프로젝트가 바로 아랍에미레이트의 도시 두바이에서 진행된 두바이 2010 프로젝트입니다. 이 두바이 프로젝트는 셰이크 라시드라는 사람이 계획하고 진행했는데요, "나의 아버지는 낙타를 탔고, 나는 벤츠를 탔다. 그러나 내 증손자는 다시 낙타를 탈 것이다."라고 이 사람이 했던 말이 아주 유명합니다. 즉 전 세계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에너지가 지금은 석유지만, 언제 다른 에너지가 나오게 되면, 중동은 다시 낙타 시대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그렇게 시작된 두바이 프로젝트는 초대형 레저타운 조성계획, 부르즈 할리파라는 세계 최고층 빌딩 프로젝트, 팜 아일랜드와 같은 인공섬 프로젝트와 맨해튼을 모델로 한 세계 최고의 상업 오피스 지역인 비즈니스 베이 프로젝트를 아주 성공적으로 진행하게 됩니다. 안 그래도 사우디아라비아는 탈화석연료를 외치는 현 상황에서 언제까지 석유만 믿고 갈 수 없었고, 전체 GDP의 80% 이상이 석유 사업이 차지하고 있었으나, 이를 탈피하기 위하여 석유 중심의 산업구조를 다각화하고자 하는 모델을 찾고 있는 와중에 두바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는 걸 보게 된 겁니다.
사우디가 네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두 번째 이유 : 정치적인 이유
정치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에는 왕자가 2000~3000명 정도 된다고 합니다. 물론 모두가 왕세자를 노릴 수 있는 위치가 아니긴 하지만 상당히 위협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왕위세습을 부자간이 아니라 형제간으로 내려간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 국왕인 살만 빈 압둘 아지즈도 초대 국왕의 동생입니다. 이렇게 형제간 세습이기 때문에 네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빈 살만 왕세자는 원래라면 왕세자 자리에 있지 못했을 텐데, 빈 살만의 아버지 살만 빈 압둘 아지즈가 왕위로 즉위하면서 그의 아들 빈 살만 왕세자에게 모든 권력을 몰아주다시피 하면서 빈 살만이 왕세자에 오를 수 있는 길을 터줬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2017년의 피의 숙청과 같은 역사적 사건도 있으니 나중에 따로 글을 좀 더 해보겠습니다.
이렇게 왕세자가 된 빈 살만은 현재 사우디의 국왕은 아니지만, 그의 아버지 살만 국왕의 나이가 노쇠한지라 사실상 국왕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앞에서와 같이 평화적인 방법도 아니고, 왕위세습 방식을 바꾸고, 그리고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서 배다른 형제들을 숙청을 하다 보니 원로들에게 인기가 없고, 내부적으로 불만 세력도 상당히 존재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왕으로서의 리더십을 보이지 못하면 왕세자 자리가 위험한 상황이며, 게다가 빈 살만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하여 젊은 층들에게 지지를 받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사우디의 청년실업률이 2021년 통계기준 11.8% 수준으로 굉장히 심각하다고 하고, 이 청년들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2030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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