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제정세

현재 중동지역에서 분쟁이 잦은 이유

by 세하빠더 2023. 2. 13.
반응형

앞선 포스팅에서 중동지역의 국경이 직선인 이유에 대해서 알아보았는데요, 결국 1차 세계대전 이후, 오스만 제국의 몰락과 영국과 프랑스의 이해관계에 따라 자신들 마음대로 국경을 긋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중동지역의 직선 국경이 현재의 중동 정세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오스만 제국의 영토(좌)와 현대 중동지역의 지도(우)

1차 대전이 끝난 이후에는 오스만 제국의 찬란했던 시절은 몰락하고 쪼개어지면서 오른쪽 사진과 같은 현대 중동의 지도가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오스만 제국이 쪼개어지고, 국경이 직선으로 그어지면서 2가지 부작용이 발생하게 되는데요, 첫 번째는 단일 집단으로 공동체를 꾸려왔던 사람들이 갑자기 찢어지게 된 것이고, 두 번째는 첫 번째와 반대로 정체성이 전혀 다른 사람들, 철천지 원수들이 하나의 나라로 속해져 버린 것입니다. 결국 이 부작용으로 인해서 중동에서 발생하는 분쟁의 원인을 짚어보고자 합니다.

 

 

첫 번째 부작용 : 단일집단이 각각 다른 나라로 찢어짐

오랫동안 하나의 공동체를 꾸려왔던 단일집단이 타의에 의해서 갑자기 찢어져 버리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비슷한 사례로 멀리 찾지 않아도 우리 한민족이 그러합니다. 한반도가 해방직후에 얼마 안 있다가 냉전의 산물로 북위 38도선으로 갑자기 나눠져 버린 경험을 했습니다. 이것도 어떤 지형지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마을을 관통할 수도 있는 것이죠. 그러면 중동에서는 얼마나 많겠습니까?

 

그 대표적인 사례를 하나 들면 바로 쿠르드족입니다. 인구가 3000만 명이 넘고, 단일언어, 단일문화, 역사적으로 굉장한 자존심을 가지고 있는 민족입니다. 그런데 직선국경으로 인하여 민족이 여러 나라로 쪼개지게 됩니다.

 

쿠르드 민족이 거주하는 지역, (출처, 삼프로 : 중동의 국경이 직선인 이유)

 

이 지도를 보시면 빨간색이 터키, 흰색이 시리아, 검은색이 이라크, 녹색이 이란입니다. 노란색 점이 쿠르드 민족이 분포한 위치와 사람수인데요, 점 하나당 100만 명입니다. 터키에만 1800만~2000만 정도 분포를 하는데, 정확한 숫자는 터키정부에서 집계를 안 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터키 앙카라 정부의 공식입장은 터키에 소수민족은 없다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숫자를 정확히 알 순 없지만, 터키 동부 사막지대가(유프라테스와 티그리스강이 발원하는 산악지대가 바로 쿠르드족의 거점임)  바로 쿠르드의 거점입니다. 그리고 이란 서북부에 한 800만~1000만 정도로 추정되는 쿠르드족이 살고 있으며, 그리고 시리아 동부와 서북부에 100만~200만 정도, 그리고 이라크 동북부에 한 500만~600만 정도 살고 있습니다.

 

만약에 어차피 인공국가를 만들 거였다면, 이 쿠르드족을 한데 묶어서 나라로 만들었다면 아무 문제없었을 겁니다.  1차 대전이 끝날 무렵에 사이크스 - 피코 협정이 나오고 할 때 영국은 쿠르드족에게 국가를 세워주겠다고 약속은 안 했지만, 쿠르드족이 집중적으로 모여 사는 지역을 중심으로 자치 생활권을 보장하는 정도의 약속정도는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쿠르드족은 나라를 갖지 못하고 이렇게 나눠진 이후로 문제가 생깁니다. 이라크 북부에는 키르쿠크라고 하는 유명한 도시가 있습니다. 여기에 대규모 유전이 매장돼 있다고 하는 소식이 영국정부에 들어갑니다. 그 당시에 영국 외교관이 영국런던에 급 전보를 치는데, 이라크를 자신들의 구미에 맞게 만들려고 하고 있는데, 쿠르드족이 살고 있는 땅에서 석유가 나오고 있고, 쿠르드족은 컨트롤하기가 어려운 민족이기 때문에 이 쿠르드족을 독립시켜 버리면, 대규모 유전을 자기들의 마음대로 가질 수가 없을 것 같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쿠르드족은 굉장히 민족이고 자존심이 세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해서 쿠르드족은 자기 나라를 가질 뻔했는데, 국경이 묘하게 움직이게 되면서 4개의 나라에 찢어져서 나뉘게 되고, 자신들의 나라를 갖지 못한 소수민족이 되고 맙니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분단의 역사를 겪긴 했지만 남한과 북한은 한민족의 나라인데 반해, 쿠르드족은 4개의 신생국가로 찢어지게 되면서 각 나라에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겁니다.

 

이렇게 타국에 의해서 국경이 정해지면서 쿠르드족 같은 경우에는 4개의 나라로 각각 찢어지다 보니깐 터키 동부의 쿠르드족 같은 경우에는 앙카라 정부와 굉장히 격렬하게 싸웠습니다. 그래서 PKK라고 하는 정당을 만들었는데(쿠르드에서는 노동당) 터키 입장에서는 완전히 반역 단체인 겁니다.

 

그래서 쿠르드족은 타의에 의한 국경획정으로 이러한 비극적인 역사가 발생했고, 이것들을 바꾸려고 하는 시도들이 힘으로 나타나다 보니깐 주변정세가 자꾸 불안정해지게 되는 겁니다. 터키에서는 PKK가 테러도 하고, 독립운동도 하고, 그리고 이라크에서도 이라크 연방 안에 있지 않고, 자신들도 자율권을 갖겠다고 하니 탄압을 당하고, 그걸 또 해결하려고 하다 보니 또 쿠르드족 간의 구심력 같은 게 만들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이것이 중동에서 분쟁을 발생시키는 키워드 중의 하나라고 생각이 됩니다.

 

두 번째 부작용 : 정체성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하나의 나라로 묶임.

두 번째 부작용은 정반대의 이유에 있습니다. 아예 정체성의 차이가 있는 사람들끼리 같은 나라로 묶여버린 것입니다. 아래의 지도를 보면 이라크의 지도인데, 노란색 부분이 쿠르드 족이 사는 곳입니다. 그리고 약간 하늘색으로 되어 있는 곳이 수니파들이 몰려 사는 곳이고, 지도의 아랫부분 빨간색으로 되어 있는 곳이 시아파들이 몰려 사는 곳입니다.

이라크의 수니파/시아파 분포지도

전 세계에서 무슬림 인구를 보면 16억 명 정도 된다고 하는데, 90%가 수니파, 나머지 10%가 시아파입니다. 그리고 전체 57개 이슬람권 국가 중에서 시아파가 다수인 나라는 딱 네 나라 밖에 없는데요, 바로 이란, 이라크, 바레인, 아제르바이잔입니다. 이 외에는 수니파가 압도적인 다수입니다. 그런데 이라크에 수니파와 시아파가 같이 묶여버렸습니다.

 

대개는 수니파와 시아파가 같이 묶여 있다고 해도 수니파가 많고 시아파들은 세력이 약해서 일반적으로 가만히 있는 편인데, 이라크만은 예외입니다. 왜냐하면 7세기에 수니파와 시아파가 갈라질 때 바로 이 지역에서 갈라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카를발라의 대학살이라는 사건을 거치면서 시아파와 수니파로 분기되었기 때문에, 특히 이 동네에 사는 시아파들은 다른 지역의 시아파와 달리 수니파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1300년 동안 유지 되었는데, 이라크라는 국경 안에 같이 묶이게 된 것입니다. 

 

그동안은 거대한 오스만 제국의 통치하에서는 이스탄불의 술탄이 서로 건드리지 않고 잘 살고 있었지만, 지금은 컨트롤 타워가 없어졌다고 봐야 하기 때문에 잘 지낼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인구 구성을 보면 쿠르드 20%, 수니파 20%, 시아파 60%로 시아파에게는 어떻게 보면 기회가 온 겁니다. 

 

하지만 결국은 수니파들이 쿠데타를 통해서 왕실을 뒤집고 자기들이 집권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 수니파 20%를 가지고 쿠르드 20%, 시아파 60%를 잘 다스렸던 사람이 사담 후세인인데요, 그런데 웃긴 게 왕정이면 선거 안 하고 왕실 맘대로 하면 되는데 공화정이기 때문에 선거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라크에서 인구가 다수인 시아파가 60%를 가지고 선거하면 정권 바뀔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시아파가 선거에 나오려고 하면 죄다 숙청해 버리고, 엄청난 탄압하고, 말을 좀 안 듣는 시아파 마을은 학살하고... 이런 통치가 사담 후세인이 집권한 79년부터 시작됩니다.

 

반대의 경우이긴 하지만 시리아 내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라크에서는 소수의 수니파가 다수의 시아파와 쿠르드족을 억압하고 지배하는 구조지만, 시리아는 반대로 75%의 수니파가 소수의 시아파 변종인 알라위파(아사드 정부)에게 탄압당하고 있는 게 지금의 시리아 역사입니다.

 

이 외에도 레바논 내전, 예맨 내전, 이스라엘-팔렌스타인 분쟁과 같은 사태들도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그어놓은 직선국경이 중동분쟁의 비극으로 벌어지게 된 것입니다. 중동지역 사람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다 내려놓고 난 이라크 국민으로 또는 시리아 국민으로 살겠어하면 되는데 그럴만한 동기는 없겠죠. 그래서 수니파와 시아파, 그리고 알라위파를 잘 구분하는 국경을 지었으면, 그랬다면 적어도 지금 같은 이라크 준 내전, 시리아 내전은 막을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댓글